[260124 오전 2:32] 내가 나인 것에 대하여 생각해 봤는데
1.
제목에 날짜와 시간을 왜 붙였느냐 하면 오랜 시간 써온 네이버 블로그랑 이글루스 일기가 그랬다. 하루하루 일기 쓰는데 굳이 제목을 붙일 이유도 없고 여유도 없고, 제목 안 쓰고 게시하면 날짜와 시간을 기록해 주곤 했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참 글쓴이를 위해 상냥하고 편리한 서비스였다. 신경 써준 당시 서비스 기획자 여러분에게 감사합니다.
2.
최근 2~3년 정도는 나 자신을 잃고 헤매는 느낌이었다. 살면서 그럴 때가 있지, 누구나 그럴 때가 있는데. 나는 그게 이번이 처음이었어. 나잇살이나 먹고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않는 경험을 처음 하다니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던 것 아닌가 싶긴 하지만. 어쨌든 도대체 왜, 스스로를 잃었었느냐 하면 좋아하는 일을 못해서, 였던 것이다. 그래서 바야흐로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고 드디어 정체를 밝혀냈는데 그게 뭔지 알아요? 일기 쓰는 거임.
3.
구독자 수십만 명과 비싼 돈 주는 바이어를 위해 매일매일 글을 쓰게 되면 내 마음대로 막 휘갈기는 글은 안 쓰게 된다고. 에너지가 빨리는 것도 있고, 미디어는 대체로 돈은 한 다리 건너 받고 명예와 인지도를 직접 받는 이상한 업종이라서 시끄러운 일 만들 일을 줄여야 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게 나는... 글쎄 그러니까 시장과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유일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최선을 다했는데 나의 영혼을 만족시키는 일은 아니었어, 왜냐면 일기를 못 쓰니까. 예외적인 주제라면 배우자님 이야기 정도랄까. (페이스북 참고)
4.
그러면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일은 뭔지 알아요? 그건 순위를 따지지 못할 정도로 병렬적으로 많은데 다 파생상품임. 내가 쓴 일기 남이 봐 주는 거. 남이 쓴 일기 보는 거. 각자의 일기에 사람들의 댓글이 와글와글 달리는 거. 그러다가 서로 친해져서 글쓴이는 상관하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막 노는 거. 요샌 이런 걸 커뮤니티라고 부르기도 하더라. 다른 걸로 커뮤니티 만드는 방법은 잘 모르겠고, 일기나 에세이나 아니면 의견이나 내러티브 같은 걸로 그거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우리들끼리 노는 걸 난 참 좋아했어. 수십 년을 그 재미로 살았고.
근데 이제 이걸 비즈니스로 해야 하느냐. 와 그건 잘 모르겠다. 돈은요, 그 자체로 재미있기 때문에 원래 재미있었던 일의 아우라를 질식시켜 버리거든요. 몰라, 모르겠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날아가고 저렇게 무효화된 나의 홈페이지와 블로그들을 대신해서 이거라도 쓰기 시작하는 것 뿐이야. 예전 홈페이지에 우라란 달고 박수 달고 그런 게 얼마나 재밌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