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6) 잠깐 분석. 솔직히 증권사 전망 무시하게 되는 장임. 그런데 '버블'은 이러다 꺼지는 거라...

(20260126) 잠깐 분석. 솔직히 증권사 전망 무시하게 되는 장임. 그런데 '버블'은 이러다 꺼지는 거라...
Data sheet of DNA sequence

코스피 투자자: 1년 만에, 그러니까 올해 1월까지 100% 올랐는데 남은 11개월 동안 10% 밖에 못 올린다고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역사상 초유의 불장에 주식 투자를 시작하면 증권사 리포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Intro.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코스피 5,000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때 비웃은 사람들 많았다. 정치인들도 '허황된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그랬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대 내내 코스피 별명이 박스피였다. 1,800에서 2,200 사이를 무슨 사인 그래프처럼 오르락 내리락 거렸으니까.

2010년대는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시기였다. 반면 증시에서는 막대한 주식이 발행됐다. 너도나도 상장한 데다 기존의 상장 기업들은 유상 증자로 주식 물량을 쏟아냈다. 반면 주주환원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 자사주 소각도 없었고, 새로 유입되는 자금도 없었다. 그런데 주가가 올랐다가 떨어지는 변동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니 도대체 누가 돈을 들고 이런 도박판에 들어오는가 말이다.

지수 100으로 출발한 1982년 이래 40여년간 지지부진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장세 미친 유동성 파티에 힘입어 겨우 3000을 넘은 코스피를 임기 5년 만에 5000까지 올리겠다고? 내가 정치인이었어도 좀 진정하라고 했을 듯.

근데 그게 됐네...

임기 종료 때까지 5000 달성하면 만세 부르려고 했는데 임기 7개월 넘어가는 시점에 5000을 했네. 방송하면서 처음에는 2026년 안에 5000 가면 좋겠다고 했는데 바로 그 주에 5000을 갔다고. 파괴적인 주가 상승의 원인과 변수는 여러 가지인데 대통령 또한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찬송가 부를 필요는 없지만 공을 까내릴 이유도 없다. 정책의지와 그에 수반하는 실질적인 행동은 정말 중요하다.

어피티 유튜브 캡쳐(보라색 옷이 접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인'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지점이 발생한다.

증권사: 후후후... 하하하... 으핫핫핫하!

일반인: 왜...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리시는 거죠. 혹시 리디 광공이세요?

증권사: 죄송합니다. 활발한 거래로 수수료 벌어 들일 생각에 그만. 일반인 님도 어서 열심히 로켓에 올라타시죠! 올해 안에 5500 갈 수 있다고요! 🚀💸

일반인: 5500이요?

증권사: 예압!

일반인: 고작 5500이요? 애걔? 실망이야. 코스피,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증시였어? 😑

증권사: 😳... (동공지진)

코스피는 계엄령 사태를 빼고서도 2024년 말 2,400 선에서 2025년 말 4,200 선으로 한 해 만에 76% 급등했고, 2026년 1월에는 5,000까지 돌파하며 실질적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 증권사들은 '올해 상단이 5,500'이라며 여기서 10% 밖에 못 올린다고 한다. 지난해 100% 올랐는데 올해 10% 이야기하면 불만족스럽고 불쾌한 것이 인지상정...

증권사가 5500을 왜 이야기하느냐, 왜 그게 낮은 숫자가 아니냐 하면...

코스피가 각 천 단위 돌파에 걸린 시간을 보면 속도감이 실감된다. 1년에 100씩 10년간 올리면 빠르게 오르는 거였는데, 3개월 만에 압축 성장을 했다.

구간기간소요 시간비고
1,000 → 2,0001989.3 → 2007.718년 3개월외환위기, 닷컴버블 포함
2,000 → 3,0002007.7 → 2021.113년 5개월금융위기, 박스피 구간
3,000 → 4,0002021.1 → 2025.104년 9개월코로나 조정기 포함
4,000 → 5,0002025.10 → 2026.1단 3개월역대 최단기

한국 증시 역사상 세 번째 대세 상승장이기도 하다.

  • 1위: 1987년 민주화와 3저 호황에 힘입은 93% 상승
  • 2위: 1999년 IMF 구조조정 조기 극복과 닷컴버블에 힘입은 83% 상승
  • 3위: 2025년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AI반도체 붐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76% 상승

지난 상승장에 비해 더 좋은 점도 있다. 1987~1989년에는 기업들의 실적이 지금만큼 증시 상승 속도를 따라붙지 못했다. 심지어 시총 구성 상위 절반 가량이 경기방어주인 은행 중심이었다. 은행 진짜 좋긴 한데 은행한테 파괴적인 혁신이나 로켓 성장을 바라기는 좀 힘들잖아. 그러다보니 밸류에이션, 그러니까 PBR이 과도하게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진짜로 실적을 내는 반도체와 조선, 방위산업 기업들이 상승하고 있고 코스피 전체의 PBR도 1.67배로 글로벌 기준 여전히 낮다.

그렇다면 PBR이 뭐냐. 사실 이 글의 주인공인데.

PBR= ROE x PER

수익성을 뜻하는 ROE와 밸류에이션을 뜻하는 PER의 곱이다.

ROE가 왜 수익성이냐면 대출 안 끼고 그냥 주주가 투자해준 자본으로 순이익 얼마 벌었는지 나타내는 지표라서 그렇다. 10~15% 이상이면 우량 기업인데 우리나라 상장기업 평균 ROE는 5%를 간신히 넘는다.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PER는 뭐고 밸류에이션은 뭐냐.

우선, 주가를 회사가 한 해 동안 번 순이익으로 나누면 PER다. 실제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저렴한지, 비싼지 따져보는 거다.

일반인: 그렇지.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비쌀 때 사면 안 되니까. 주식 투자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야 한다고.

증권사: 근데 어디가 무릎이고 어디가 어깨인지 어떻게 아실 거예요?

일반인: 방금 말해준 거 아냐? 뭐 수익성 보고 밸류에이션 보고 그러라며. 내가 굳이 안 외워도 증권사 리포트 보면 나오잖아.

증권사: 그렇죠... 🤤

밸류에이션은 한마디로 이 회사가 지금 총 얼마짜리인지 값을 매겨보는 거다. 회사가 벌어 들이는 이익, 자산, 성장 가능성 같은 걸 기준으로 현재 가격이 비싼지, 적당한지, 싼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지금 주가가 회사의 실력과 미래에 비해 합리적인지 가늠해보는 잣대를 들이대는 거라고 보면 된다.

어려우면 간단하게, 시장이 얼마나 이 주식이 오를지 기대하는지 나타낸 정도라고 생각하자.

그래서 PBR은 수익성 x 기대치다.

PBR이 높으려면 수익성이나 기대치 둘 중 하나는 높아야 한다.

코스피 5500은 PBR이 약 1.7~1.84배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시총 1위부터 15위까지 2026년 1월 기준 두어 개 남기고 다 자본집약적 제조업에 몰려 있다. 물건 만들 때 원가가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약간 삐딱하게 서비스업은 인건비만 잘 후려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아니고, 그래도 제조업보다는 원가가 훨씬 덜 든다. 제조업 PBR이 높기가 참 힘들다. 비용이 많이 드니까.

...

뉴스에서 대만이나 미국 PBR이랑 비교하면서 코스피 더 올라야 한다고 하지만, 도시국가에 기업 하나가 국가 전체를 캐리하는 대만과 단순비교는 어렵다. 게다가 툭하면 미국과 비교하는데, 사실 너무한 비교다. 미국과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으로 갈 수 있으면 그냥 우리가 패권국가 기축통화국가 다 하지 뭐하러 이렇게 눈치 보면서 사나.

우리는 항상 일본과 비교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비슷하다. 일본의 니케이225 PBR이 어느 정도냐 하면 1.5~1.78배다. 그러니까 코스피가 5500을 찍으면 PBR이 일본 수준으로 올라오는 거다. 약간 도전적이고도 적정한 목표인 거다.

증권사: 2024년에 코스피200 PBR 어느 정도였는지 아세요?

일반인: 얼마였는데?

증권사: 0.8이요. 🥰

일반인: ...오를 만 했네.

증권사: 그렇죠?

일반인: 아주 빠르게 오를 만 했네.

증권사: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조금 천천히 가도 절대로 느린 게 아니겠죠?

원래 공부 처음 시작하면 평균 30점 맞다가 60점까지는 금방 오른다. 60점에서 70점 올리는 건 꽤 걸리고, 70점에서 80점은 더 걸리며 90점부터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스토리를 찍어야 간신히 닿을까 말까 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겨우 5500?'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님

우리 뇌는 가장 최신 경험을 미래에 투영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야 학습이 되니까.

이걸 행동경제학에서는 최근성 편향이라고 한다. 최근에 발생한 사건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인지적 경향이다. 최근 1년간 100% 올랐는데 기대치를 그 언저리로 조정하는 것이 우리 뇌의 본능이다.

문제는 코스피가 이렇게 오른 적이 별로 없다는 거다.

우리의 뇌가 하는 계산:

  • 2025년: 코스피 +76% 상승 ✅
  • 2024년: 코스피 -9.6% 하락 ❌ → 이건 잊음
  • 2023년: 코스피 +19% 상승 ✅ → 이것도 희미함
  • 2022년: 코스피 -25% 폭락 ❌ → 완전히 망각

추세가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주식 시장 참여자들은 지난 2개월 정도의 시장 실적을 보고 향후 10년 정도의 성적을 결론지으려 한다고.

내가 공부해서 내가 산 주식이 오를 때, 뇌의 보상 중추는 활성화된다. 나의 선택이 실제 좋은 결과를 가져왔는데 도파민이며 아드레날린이며 다 분비돼야 학습과 도전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르지 않을까? 야생에서 살아남아온 인류의 진화 매커니즘이다. 이때 느끼는 흥분이 클수록 투자자들은 이런 충동을 겪는다: 더 사야 해! 지금 더 사야 해!

당연하지만, 계속 두 배 씩 오를 리 없다. 5500이면 합리적인 상단이다. 시장이 합리적이라고 우기는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 균형을 찾는다는데, 그 장기가 오면 다른 쪽에서 단기적인 광기의 댄스가 열리던데?

그런데 사실 버블이 계속 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배수의 문제다.

  • 100%씩 상승한다는 건 2배가 된다는 건데
  • 10의 2배는 100, 100의 2배는 200, 200의 2배는 400 ... 12800의 2배는 25600...
  • 돈이 그렇게 빨리 많이 끝까지 풀릴 리 없잖아(물가 어떡해)
  • 이러다가 어느 순간 100%가 아니라 50%밖에 안 오르면 사람들은

'이러다가 떨어지는 거 아냐? 이러다가 망하는 거 아냐? 이러다가 잃는 거 아냐?'

...패닉셀이 버블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코스피가 너무 잘 가니까 증권사들도 조금씩 전망치를 올려 잡고는 있다. 근데 보수적으로 잡고 있기는 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2026년 올해가 정점일 거고, PBR도 5500 정도일 때 적정하다고 하니까 숫자를 믿어 보자. 물론 많이 버는 사람들은 제때 지르는 사람들이지만 지르는 것도 다 믿을 구석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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